누구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런 준비 없이 늙어가느냐,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준비를 하며 늙어가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기의 삶의 질이 극명하게 갈리겠죠.  

인생이라는 마라톤, 

그 기나긴 호흡의 여정을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떠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까? 

치유공간디자이너 노태린의 일본커뮤니티공간 탐방 4편 
1평의 사탕가게, <킨모크세이> 

이를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고령사회의 바람직한 롤모델의 모습을 들여다봅시다.   




1평의 사탕가게

마을의 세대교류의 장이 되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사회'는 앞으로 직면해야 할 주요 화두입니다. 특히 서구유럽에 비해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한국, 아시아의 국가에서는 최근 들어 더욱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투어에서 일본 커뮤니티거점공간 중 고령자 거주 공간으로 지어진 이 곳 '긴모크에시'의 방문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습니다. 




작년 11월, 정동극장에서 [18년 서울시 공동체주택 국제심포지엄] '한국과 일본의 공동체주택 사례 및 정책방향 모색'이란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이 때 시모가와라 타다미치 대표는 '서비스형 고령자주택의 사례'란 제목으로 강연을 했는데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그 때 소개했던 장소인 '킨모크세이'를 견학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져 이번 투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본 치바현 북서부에 있는 조용한 도시 우라야스, 킨모크세이는 이 작은 도시에 2015년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도쿄 디즈니 리조트가 생겨서 교통편이 좋고 강 하나만 건너면 바로 도쿄라고 합니다. 일본 도심지 속 깨끗하고 현대적인 주택가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입니다.



입구에 다다랐을 때 빨간 자전거가 눈길을 끌고 그 옆에 나무 벤치의 전경이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그 곳에 잠시 앉았다 사진 한장 찍고 가고 싶었지만 일행의 바쁜 뒷걸음을 쫓아 현관을 향해 들어갔습니다. 




현관 문을 열고 가보니 입구 바로 오른쪽에 성인이 서있기엔 빽빽한 공간에 과자들이 놓여져 있었고 그 사이 아이들 몇명이 웃는 얼굴들로 옹기종기 과자를 고르며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고령자 주택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사는지 잠깐 들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래전 판매했던 

불량식품같은 과자들이 올망졸망하게 모여 있었습니다. 




킨모크세이는 주식회사 실버 우드가 운영하는 서비스 고령자용 주택으로 토지 소유자로부터 제안을 계기로 2015년 5월에 오픈하였습니다. 실버우드에서는 이런 고령자 주택 사업체가 관동지방 내에 모두 11개가 있고 개호 서비스 사업으로는 이 곳이 두번째이며 11개 사업체단순한 시설이 아닌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 중 8번째 지어진 건물이라고 합니다. 
3년 전부터 VR 치매환자 시뮬레이션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설이 아닌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 


고령자용 공동주택으로 지난 과거 10년간은 자녀들이 집안에서 고령자를 간호했지만, 베이비붐 세대 전후로 간호할 자녀 세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고령자들이 고령자주택에 입주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 일본의 추세입니다. 긴모크세이의 목표는 단순한 '시설'이 아닌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만드는 일입니다. 입주자를 비좁은 장소에 가둬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이 됐든 치매가 오든간에 '보람'과 '역할'을 나눠가지며, 사람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긴모크세이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건, 입주민이 지역 주민으로서 생활하는 그들의 일상입니다. 

입구에 있는 사탕가게,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연결고리가 되다 


이런 의미로 볼 때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 아이들이 문턱없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게 한 사탕가게의 입구 배치는 세대간 교류의 연결고리가 되었습니다. 


킨모크세이 소장 구모토 씨의 설명에 따르면 고령자 주택 안에 가게를 만들어 보자고 한 것은 타다미치 대표의 생각이었지만 구체적으로 사탕가게를 만들자고 한 것은 이 지역 주민의 제안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고령자와 아이들, 다양한 세대 간의 허브로서 자연스럽게 교류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입지가 되었고 고령자 주택의 성공 사례에 가장 핵심적인 스토리텔링이 되었습니다. 

과자 가게는 15시에 개점하여 16시 30분에 폐점하며 90분간 영업을 합니다. 입주자 내 어르신들이 가게 주인을 담당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조금 어려워하고 생소해했지만 현재는 같은 공간 안에서 책을 보거나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탕가게의 과자들이 

10-30엔의 낮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8000엔 정도의 매출을 올린날도 있었습니다.


사탕가게를 아무런 홍보도 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 매출 또한 매우 높게 나오고 있다는 후문.  




아이들의 에너지로 인해 

따스한 온기가 흐르는 킨모크세이 

아이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500~1000원 정도의 돈을 들고 이 곳에 와서 이것저것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과자들을 맛보기도 합니다. 집보다 더 넓고 편안한 거실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때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숙제도 물어보며 있을 수 있는 놀이터 겸 도서관 같은 곳이 킨모크세이 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모이니 부모님들도 자연스럽게 이 곳을 찾고 
그러다 보니 거실에서는 크고 작은 소모임들이 자연스럽게 넘쳐 나고 있습니다. 



킨모크세이는 마을의 아이들이 큰 돈이 없어도 와서 재밌게 지낼 수 있는 방과 후 놀이터 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평균 연령 80세가 훨씬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시는 공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곳의 거실은 밝은 기운이 서려있고 어느 곳보다도 따뜻하고 포근한 장소로 느껴집니다. 


이 지역에서도 시설이 훌륭한 공공의 커뮤니티 공간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많은 돈을 투자하여 시설을 꾸미고 돌봄의 서비스를 최상으로 해놓은 공간들입니다. 
그러나 투자 대비 썰렁하고 온기가 없는 노인 요양 시설들이 대부분이죠.  

이러한 시설들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자그마한 긴모크세이에 아이들 부대가 포진을 하게 된 그 원동력이 
아주 단순한 유인책이었던 사탕가게에 있었다는 것을 주의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모임, 때론 성인들을 위한 모임

이런 다양한 모임들이 이 곳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게 된 그 원동력은 사탕가게라는 작은 구심점에서 시작됐지만, 지역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이 곳 노인 거주 공간도 빈자리 없이 채워져 가고 있다고 합니다. 


고령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한 공간



고령자의 방은 총 42개로 2인실을 포함하여 44명이 거주할 수 있습니다. 고령자들의 낙상 또는 미끄럼 등을 방지하기 위해 가구들을 모두 낮게 제작한 것이 특징이고 밝고 포근한 편백나무의 목재를 소재로 한 인테리어를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치위생사가 매일 왕진하여 고령자들이 쉽게 걸릴 수 있는 병을 체크한다고 합니다. 



요즘 한창 VR 치매 경험 시뮬레이션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는 타다미찌 시모가와라는 "치매를 가진 어르신들은 때로는 길을 잃는다."라고 지적하면서 노인들이 새로운 장소에 익숙하지 않아 집을 떠났을 때 집에 돌아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노인들에게 자신이 함께 살아왔던 추억이 묻은 살림을 가져와서 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어르신들의 기억이 곳곳마다 살아날 수 있게 작은 소품들까지 옛 것들로 신경써서 공간에 배려 하였다고 합니다. 단순히 못 나가도록 높은 벽으로 막아두기만 하는 시설과는 차별화되는 포인트입니다. 


추억의 사탕과자를 한봉다리 사들고서 
이 곳의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석양이 보일 때 쯤이었습니다.

사탕가게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양한 세대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자연스레 따스한 온기가 묻어져 나오는 이 곳 
<킨모크세이>라는 공간을 경험하고 나니 이 질문이 머릿 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누구와 함께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이번 투어를 통해 안갯 속 같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조금씩 구체화 되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다면 긴 인생, 나는 어디서 누구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무언가를 제공하는 삶일까요. 제공받는 삶일까요?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Posted by Wearekai